공금이나 남의 재물을 불법으로 차지하여 가지는 것을 횡령이라고 합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게 되는 행위, 요즘 뉴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의 2천억 원대 횡령을 시작으로 최근 우리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의 횡령 사건이 자주 뉴스화 되고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은 2천억 원이라는 횡령 규모로, 우리은행은 1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사건이라는 점으로 충격을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횡령사건
올해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기업은 오스템임플란트, LG유플러스, 클리오, 계양전기, 휴센텍, 아모레퍼시픽 등 뉴스에 나오지 않은 기업도 다수 있습니다. LG유플러스에선 팀장급 영업직원이 대리점과 허위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최대 80억 원을 횡령했습니다. 강동구청에선 7급 공무원이 15억 원 상당의 시설 건립 자금을 횡령했고, 계양전기에선 재무팀 직원이 6년간 회삿돈 246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올해 금융권 횡령 사건 1위는 단연 우리은행입니다. 우리은행 본점에 근무하던 차장급 직원 A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약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A씨가 빼돌린 돈은 과거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려던 이란 다야니 가문 측에 우리 정부가 돌려줘야 하는 계약금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은행이 이 계약금을 관리해 왔고 내부문서 위조를 통해 총 3차례 614억을 인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돈을 어떻게?
횡령사건이 밝혀졌을 때 횡령한 돈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주식, 가상화폐, 도박, 사치품 구매로 탕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해금액을 찾는것도 쉽지 않고 처벌도 사회적 파장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횡령·배임죄의 양형기준은 300억원 이상 5~8년 50억~300억원 미만 4~7년 5억~50억원 미만 2~5년에 불과하고 2020년 발생한 횡령범죄 피해액 중 회수된 비율은 0.05%에 불과했습니다.
개인과 시스템 모두의 문제
횡령 사건을 개인 차원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횡령을 위해 입사를 한다기보다 내부 시스템의 허점을 알게 된 후 횡령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표 한 장을 발행해도 전산에 기록이 남고 내부감사가 철저하기로 유명한 은행에서 6년에 걸쳐 614억의 돈이 불법으로 인출된 우리은행의 경우 내부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개인의 도덕성, 더 촘촘한 내부 시스템, 그리고 횡령사건에 대한 인식과 처벌규정 강화가 모두 필요한 시점입니다.